산문/-- 山行隨筆

자연이 빚은 바위조각 산상의 테마공원- 수암산과 용봉산 산행을 마치고

향로(산길동무) 2016. 3. 27. 19:08

자연이 빚은 바위조각 산상의 테마공원

- 수암산과 용봉산 산행을 마치고

 

산행일시 : 2016년 3월 21일(월)

산행날씨 : 맑고 화창함

산 행 지 : 충남 홍성군 홍북면 (수암산 해발 280m, 용봉산 해발 381m)

산 행 길 : 덕산온천앞-수암산-악귀봉-노적봉-용봉산최고봉-최영장군활터-용봉산자연휴양림(걷는 거리 약 10km)

산 행 팀 : 다사랑산악회원 22명

산행시간 : 5시간

 

 

충남 예산의 덕산온천관광호텔 앞에 도착한 일행이 줄지어 산을 오른다. 3월 하순으로 접어든 산야는 봄기운이 꿈틀대고 있었다. 땅이 풀리고 진달래 나뭇가지 끝에는 볼록한 몽우리가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부풀어 있다. 화창한 날씨와 포근한 기온, 산에 오르기에 그만인 기후 조건이 마음을 들뜨게 한다.

용봉산 등산은 대부분 용봉초교 앞을 들머리로 용봉산에서 회귀하여 내려오지만 오늘 우리 일행은 덕산온천 쪽을 들머리로 수암산 지나 용봉산의 대표적 바위봉인 악귀봉과 노적봉 그리고 최고봉을 찍고 최영장군활터로 내려가는 종주산행을 계획하였다. 산의 크기가 크지 않아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용봉산을 깔보았다간 큰 코 다친다. 오밀조밀 놓여있는 바위의 군상에 놀라고, 제법 험준한 기암괴석의 산세에 놀라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용봉산을 일컬어 난다 긴다 하는 산군들까지도 오금을 못 펴게 하는 산이라 했겠는가.

 

수암산 자락은 용봉산과 이웃했지만 지형이 전혀 다르다. 용봉산이 기암괴석의 위용을 뽐내는 남성미라면 수암산은 동네 뒷산을 걷는 듯 오봇한 능선길이 마음을 편안케 한다. 능선길의 이름도 솔바람길이라 하여 친근감을 주었으며 마치 여인의 품속에 든 것처럼 아늑한 느낌의 길을 걷다 보니 등산을 한다기보다는 사랑하는 이와 데이트를 즐기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솔바람길을 따라 40여 분 걸었을까. 수암산 정상임을 알리는 표지석이 눈에 들어왔다. 나지막한 산답게 동네 주민들의 운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솔바람길은 용봉산과 이어졌고, 용봉산이 가까워질수록 점차 험준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나지막한 고갯길을 하나 넘으니 풍차로 멋을 낸 전망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걸어온 덕산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었다.

 

전망대를 내려와 또 얼마를 걸으니 오형제 바위가 눈에 들어왔다. 용봉산 산행 중 처음으로 맞는 괴석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 바위는 용봉산에 속한 바위가 아닌 수암산의 명품인 것이다. 오형제 바위의 해괴한 모습을 보면서 용봉산에 흩어져 있는 바위 군상들의 모습이 어떠할지 상상을 해 보았다.

밑으로 치닫는 내리막길을 내려 얼마간 가다보니 커다란 장승이 길 양쪽에 턱하니 버티고 서있다. 이름 하여 수암대장군과 수암여장군, 수암산과 용봉산의 경계를 지키고 서있는 장수들이었다. 용봉산에서 수암산으로 오는 방향을 바라보고 서있는 것으로 봐서 용봉초교쪽에서 용봉산을 올라 수암산으로 드는 산인들이 더 많은 듯하다.

 

입과 눈을 부아리고 서 있는 장승을 뒤로 하고 용봉산의 품안으로 드니 점점 산세가 거세지고 기암괴석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용봉산이란 이름 자체가 이 산이 드세다는 걸 말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용봉산이란 이름의 유래는 이 산의 형태가 용의 몸집에 봉황의 머리를 얹은 듯한 형상인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용과 봉황의 자리다툼에서 해괴한 기암괴석이 솟구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니 흥미로움이 더 했다.

용봉산은 해발 381m의 그리 높지 않은 산이며 규모도 작고 험하지도 않으나 산 전체가 기묘한 바위와 봉우리로 이루어져 충남의 금강산이라 불릴 만큼 경관이 빼어난 아름다운 산이다. 정상까지 산행하는 동안 수백 장의 한국화를 보는 듯 시시각각 펼쳐지는 풍경으로 보는 이를 즐겁게 하며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남 방향 중턱과 서편산록에 완만한 경사가 길게 펼쳐져 있고 요소요소에 소나무 군락이 자연발생적으로 있으며, 장군바위 등 절경과 백제 때 고찰인 용봉사와 보물 제355호인 마애석불을 비롯한 문화재가 곳곳마다 산재한다. 용봉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예산의 덕숭산(수덕사)과 서산의 가야산, 그 아래로 펼쳐진 예당평야(禮唐平野)의 시원한 경치도 일품이다. 우리의 땅에 이런 산이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복이며 신의 선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악귀봉을 향해 가는 길에 병풍바위를 만났다. 용봉산 내내 이어지는 돌조각들과 수석테마가 시작된 것이다. 병풍바위에 앉아 사진 한 장을 찍고 바위 봉을 올랐다. 악귀봉이다. 악귀봉은 거대한 바위덩이들이 솟구쳐 봉을 이룬 산이다. 기암괴석이 하늘을 향해 기념비처럼 솟아 푸른 하늘을 향하여 표호 하는 바위, 곧 굴러 떨어질 듯 곡예를 하는 바위, 고인돌을 얹혀 놓은 듯 아슬아슬 돌 위에 포개여진 바위 등등 그 어느 명산의 정경에도 뒤지지 않을 멋진 풍광이 눈에 펼쳐진다. 더군다나 바위봉에 올라 바라보는 홍성 들녘 일대의 넉넉한 모습은 가슴이 확 틔이는 시원함이 있다. 새로 들어선 도청사의 위용과 아파트의 조화로움이 농촌 들녘의 도시화를 실감나게 한다. 북서쪽으로는 용봉 저수지를 건너 덕숭산 줄기가 한달음에 가야산 험준한 봉우리를 뛰어오르고 수암산 왼편으로 옹기종기 모여앉은 덕산 읍내가 그림처럼 다가오다 가물가물 연무속으로 사라지곤 한다.

 

 

누가 듣거나 말거나 감격에 젖은 목소리로 감탄사를 연발하며 다시 돌틈 사이를 간신이 비집고 건너편 노적봉을 향해 길을 재촉한다. 노적봉에서 오는 산인들의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채 넋 나간 표정으로 오는 것으로 봐서 그곳도 볼거리가 만만치 않을 듯.

아닌게 아니라 노적봉의 바위공원도 대단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좁은 철제계단을 오르며 펼쳐지는 풍광들은 눈에 넣어두기엔 다 채우지 못할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암벽 틈바구니에서 100년을 살았다는 옆으로 크는 소나무는 생명의 위대함을 실감케 하였다. 흙 한 줌 없는 저 바위틈에서, 비오는 날 잠깐 물을 적시며 각박한 세월을 버티고 살아온 세월이 100년이라니, 조금만 힘겹고 어려우면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인생들에게 인내가 무엇인지 무언의 교훈을 주고 서 있지 않는가.

 

용봉산 정상인 최고봉에 오르는 내내 산객들의 혼을 빼 놓은 기묘한 바위 군상들. 첩첩이 솟아 쌓인 수많은 바위들이 어쩌면 저리 형형색색인지 조물주의 오묘한 조화에 그저 감탄사만 절로 나올 뿐이다. 누가 이런 조각품을 만들 수 있겠는가? 조물주만이 해낼 수 있는 이 천혜의 산상 테마공원.

산을 내리는 내내 용봉산은 지나온 길을 훤히 조망하게 하였으며 수만 점의 수석을 감상하는 듯 한눈에 들어오는 산자락의 풍광에 흠뻑 취하게 하였다.

가을에 꼭 다시 한 번 오고 싶은 산 용봉산, 시를 지어 부르며 산을 내릴 제 앞서 걷는 산우의 콧노래가 맑고 청아한 용봉산 하늘로 흩어진다.

 

 

 

 

 

용봉산에 가보라

 

이 산 저 산

수려한 절경 빼어난 산이 많기도 하지만

용봉산만큼 아기자기 흥미로운

산이 어디 또 있을까

수암산의 오붓한 능선 길을 지나

용봉산 자락에 들면

오묘한 바위들의 군상과

깎아지른 기암괴석들

지나는 산나그네 탄성이 절로 나네

오형제바위, 병풍바위,

물개바위, 행운바위, 칼바위 등등

그 이름도 해괴한 산상의 수석공원

 

산에 가려거든

충절의 고장 홍성에 들러

용봉산에 먼저 가보라

전설 속 바위들이 

도란도란 말을 걸어오는

그곳이 지상의 낙원 아니겠는가

 

           2016년 3월 21일

          용봉산에서 향로 선중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