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20 14:54
MBC ‘뉴스 후’ 교회 자정(自淨)의 기회로 삼아야
시사칼럼 / 향로 선 중 관
근래 토요일 늦은 밤마다 연속 방영되었던 MBC의 ‘뉴스 후’ 프로그램을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뉴스 후’는 현행법상 성직자 면세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목사, 승려 등 성직자들의 소득세를 받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만의 관행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였다.
나아가 세금 문제에만 국한하지 아니하고 시가 3억여 원에 달하는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는 대형교회의 목사, 골프 연습장이 달려 있는 고급빌라에 살고 있는 목사,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경기 남양주의 초호화 전원주택에서 살고 있는 목회자 등 소위 갑부 목회자들의 생활상도 보여주었다. 이와 함께 수억 원에 달하는 목사의 연봉과 판공비 등 목회자의 수입에 대해서도 조명하였다.
예외 없이 교회 담임목사직의 세습에 대해서도 다루었는데 교회 맞바꾸기 등 온갖 편법을 사용하여 자식에게 부와 교권을 물려주는 장면을 적나라하게 파헤쳐 보도하였다.
MBC ‘뉴스 후’ 교회에 대한 도전인가?
이 방송을 지켜 본 필자의 가슴이 답답했다. 비단 필자뿐만 아니라 성도, 비성도를 떠나서 이 방송을 지켜본 사람은 누구나 커다란 충격에 휩싸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뉴스 후’가 보도한 내용 면에서도 충격이지만 그보다 앞서 오늘 왜 한국교회가 방송사로부터 낱낱이 벗겨짐을 당해야 하는지 그 현실이 안타까웠다.
사실 이와 같은 교회고발성 방송은 이번 MBC가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공중파 방송 3사로부터 꾸준히 파헤쳐지고 제기 되어 왔으며 잊어버릴만하면 들고 나와 사회 이슈화 하는 단골 메뉴가 되었다.
교회는 이런 문제가 보도될 때마다 교회의 특수성을 내 세우며 사회가 왜 세상법적 잣대로 교회를 판단하려 하느냐며 오히려 역공세를 펴 오곤 하였다. 심지어는 교인들이 단체로 방송사를 찾아가 강렬한 시위를 벌이거나 성명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번에도 MBC ‘뉴스 후’의 보도를 앞두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후 한기총)는 반박 성명을 내었다. 한기총은 MBC가 한국교회를 폄훼하기 위해 악의적인 보도를 계속 하고 있다고 반박하며 한국교회 폄훼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MBC 시청거부운동, MBC 광고제품 불매운동, MBC 규탄집회 개최, 법정 대응 등을 한다고 하였고, 주요 일간지의 광고에는 MBC 민영방송전환까지 지원할 것이라 하였다.
심지어 ‘뉴스 후’에 거론됐던 K목사는 MBC를 향해 빨갱이가 많은 집단이라며 격양된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자정(自淨) 능력을 상실한 한국교회에 주신 기회
그러나 과연 우리는 이 문제를 교회에 대한 도전으로만 받아들여야 할까? 필자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방송사를 반박하는 한기총과 일부 목사의 입장이 모든 기독교인의 입장은 아닌 것이다. 오히려 이 방송을 지켜보았던 많은 사람들과 성도들은 이 부끄러운 보도를 계기로 교회가 새롭게 개혁되어지기를 원하고 있다.
좀 더 깊게 이해한다면 방송사들이 교회문제를 보도하기 시작한 것은 어쩌면 하나님께서 스스로 자정 능력을 상실한 한국교회에 주신 기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기회는 위기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문제를 직시하고 자정의 노력을 보인다면 새로운 도약과 부흥의 기회를 맞겠지만 계속 모른 척 외부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다시 일어설 수 없는 위험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이제 방송에 대한 충격에 휩싸여 불편한 심기만 드러내고 각을 세우며 반격을 노릴 생각만 해서는 안 된다. 자정능력을 상실한 한국교회에 주신 하나님의 뜻임을 바로 알아 깨우치는 자세가 필요한 시기이다.
‘뉴스 후’가 지적한 내용들을 우리가 낳은 사생아라 생각하고 보듬어 안아 고민해야 한다. 세금문제, 목회자 사례비문제, 목사직 세습문제, 교회 매매행위와 담임목사의 편법이전 등등. 사실 이 문제들은 방송사가 건드리지 않았더라도 터지기 일보직전의 교회 내부 문제였던 것이다.
알면서도 모른 척, 보아도 못 본 척 덮어오던 것을 방송사라는 외부기관이 곪은 환부를 터트려 준 것 뿐이다.
우리는 오히려 그들에게 감사하자. 그 누구도 터트리지 못하던 것을 터트려 주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문제들을 껴안고 고민해야 한다.
한국 교회는 일제 36년 치하와 한국전쟁의 와중에서 수없이 많은 핍박과 어려움을 겪으면서 순교의 정신으로 성장해 왔다. 그 결과 세계 12위권의 경제 대국의 위상에 맞게 교회 역시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급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그 성장의 와중엔 한국교회만의 독특한 문화가 형성돼 왔다. 이를테면 담임목사만이 갖는 교회에 대한 전권이다. 목사는 하나님의 종이라는 관념 아래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하도록 못 박아 놓은 절대 권한, 교회는 치외법권(治外法權) 지역과 같이 아득히 먼 곳에 있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교회가 사회봉사를 하고 온갖 굳은 일을 도맡아 함에도 불구하고 교회 내부의 일은 그 누구도 접근할 수 없고 알려고도 해서는 안 되며 알 수도 없는 멀고 고상(高尙)한 곳이었다.
방송사의 금번 프로그램은 높고 아득한 교회의 담을 헐겠다는 하나님의 외부적 충격 요법이다. 이스라엘이 잘못하면 하나님께서는 항상 주위 강대국을 들어 이스라엘을 치셨다.
어느 사회 어느 단체든지 문제는 있을 수 있다. 교회도 사람이 모인 곳이기에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의 문제이다.
교회는 이제 이러한 문제가 불거졌을 때 쉬쉬하며 덮어버리기에만 급급해 할 것이 아니라 곪아 터진 환부를 터트려 상처를 치료 하려는 결연하고도 확고한 자세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것을 하나님도 원하시고 국민들도 원하며 성도들의 바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다 매도 되어서는 안 돼
끝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 한국엔 약 5만 교회가 있으며 5만 교회 중 대형교회는 10% 안팎 정도이며 나머지 대부분의 교회들이 성도 50명 미만의 개척교회들이다. 개척교회의 열악한 상황 속에서 노동법에 명시된 최저생활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적은 금액으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는 목회자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10% 안팎의 대형교회, 그 중에서도 몇 안 되는 목회자들로 하여금 순수성을 가지고 목회하는 선량한 목회자들까지 같은 부류로 매도되는 것이 안타깝다.
한국교회가 건국초기부터 해 온 역할이 지대한데 일부교회의 일로 전체 교회 이미지가 이런 식으로 나쁘게 평가 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설사 몇몇 교회 목회자들이 썩고 부패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대다수 한국 교회와 목회자들은 복음의 싹을 피우기 위해 순교의 정신으로 목양 각지에서 맡은바 책무에 열중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2008년 2월 20일
사순절 셋째주 수요일 서재에서
'思索의 江 > 世上 짚어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시사칼럼 / 우물 속의 달을 잡은 대장원숭이 (2) | 2008/02/28 |
|---|---|
| 시사칼럼 / MBC ‘뉴스 후’ 교회 자정(自淨)의 기회로 삼아야 (1) | 2008/02/20 |
| 시사칼럼 / 숭례문 방화, 그 이후 우리의 모습 (2) | 2008/02/15 |
| 시사칼럼 / 여자들이 기저귀 차고 강단에 올라가서는 안 된다고? (0) | 2004/02/13 |
| 시사칼럼 / 도올 김용옥과 양은냄비 (0) | 2000/11/01 |
Trackback Address :: http://jkseon55.tistory.com/trackback/58
|
교회에 갖는 기대감을 버리라는 것은 내 자신에게 스스로 명령하고 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기대감을 버리지 않게 되면 계속 해서 분노만 쌓여가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의 핵심 가치는 우리로 하여금 많은 기대감을 갖.. |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추천하기